게임 개발자이기도 한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게임기획과 교수의 말이다. 최 교수는 14일 지스타(G-Star)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중소 게임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대형 게임사가 CPI(Cost Per Install) 업체를 이용해 자사 게임의 다운로드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현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 게임사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노출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게임기획과 교수. 사진=김병철 기자

이런 상황 속에서 중소업체들이 택할 수 있는 건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거나 해외에 진출하는 길뿐이다. 최 교수는 "중소업체들이 B2B로 몰리 데는 이유가 있다"며 "여러모로 국내 시장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 도박 등 중목물질로 규정한 '중독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게임을 사회의 악으로 보는 것"이라며 "게임을 가르치는 우리 입장에선 '마약쟁이 양성소'로 취급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출시된 '카카오 게임하기'는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애니팡, 드레곤플라이트 등의 일명 '국민게임'을 배출하며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거머줬다. 그러나 대형 게임사에 밀려 중소업체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게임기획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중독법'은 게임을 도박, 마약 등과 같이 사회의 '4대악'으로 본다. 게임을 가르치는 우리 입장에선 '마약쟁이 양성소'로 취급받는 느낌이다. 너무 현상만 보는 것 같다. 실제 게임 중독 문제가 생긴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왜 중독됐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무조건 게임이 문제라고만 한다. 

 

실제 문제는 아이들의 환경에 있다. 꽉 짜여진 틀 안에서 사는 요즘 아이들은 공부 외에 할수 있는 게 없다. 단순히 게임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늘려주는 고민을 해야 한다. 

 

게임업계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금방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게임은 문화와 사고방식을 주도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게임 개발자는 자신의 딸을 위한 유아용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런 기능성 게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게임의 목적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우리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능성 게임은 재미와 몰입요소를 이용해 교육, 치료 등에 사용하는 게임이다. 네덜란드엔 정부의 지원으로 만든 레스큐심(rescuesim)이라는 3D 게임이 있다. 소방훈련을 하는 재난방지 게임인데, 예를 들어 한 지역에 불이 나면 소방관을 출동시키고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는 게임이다. 굉장히 정교해서 게임을 하면서 재미와 소방교육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게임업계가 침체기다. 대형 게임업체들은 여러 이유로 지스타를 '보이콧'했다. 사실 게임전시회는 '우리 회사가 이런 규모다'라는 걸 보여주는 정도의 의미만 있다. 

 

또 이미 게임 관련 정보는 인터넷으로 충분히 접할 수 있다. 한빛소프트는 재작년부터 참여를 안한다. 전시관을 차리고 기념품을 준비하고 인력을 들이면 수억원은 써야하지만, 그만큼 마케팅 효과가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작년 B2B관에서 사업계약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올해 참여 기업이 늘었났다. B2B관은 해외 사업 진출이 목적이다. 게임사들이 여러모로 국내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예로 들면 국내는 '카카오 게임하기'가 게임을 안하던 사람들을 끌어들여 게임의 저변을 확대했다. 하지만 시장 생태계를 망가뜨려서 중소업체가 고사하고 있다.

 

▲ 지스타 B2B관에 차려진 카카오 게임의 전시관. 사진=김병철 기자

'카카오 게임하기'가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그런데 게임사들이 순위경쟁을 하는 구조가 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다. 다운로드 상위권을 유지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가 없다. 

 

카카오의 심사 기준은 무조건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수다. 그러다보니 CPI(Cost Per Install) 업체와 대형 게임사만 돈을 번다. 게임사가 1억~2억원정도 주면 CPI업체는 그 게임의 다운로드 순위를 유지시켜준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 게임은 초반에 마케팅 비용으로 20억원을 썼다고 들었다. (*CPI : 광고를 보거나, 게임 앱 등을 다운로드하면 포인트를 주는 새로운 광고형태다. 일명 '돈 버는 앱'으로 캐시슬라이드, 애드라떼 등이 있다.)

 

문제는 돈이 없는 중소 게임사는 게임을 만들어도 노출이 안된다는 점이다. 실제 다운로드수라는 기준은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 다운로드했다고 실제 게임 이용자인지 확인이 안된다. 대형 게임사가 자금을 써서 다운로드수를 높이면 중소업체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 게임사는 CJ나 위메이드같은 대형 퍼블리셔와 계약하거나, 해외 시장으로 갈수밖에 없다. 일부 대형 퍼블리셔는 퍼블리싱 계약금을 2억원까지 받는다. 결국 중소 게임사는 국내시장은 포기하고 해외로 가는 업체가 많다. 

 

해외 플랫폼은 기준이 다운로드가 아니며, 의도적인 순위 조작이 있으면 경고를 한다. 해외엔 게임성으로 승부하는 업체가 많은데 한국의 구조가 그렇지 않다. 

 

일부에서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프리카TV가 모바일 게임 플랫폼 시장에 진출했고, 이통3사도 고민 중인 것으로 들었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자체 앱장터(T스토어 등)에서 매출을 내는 게 거의 없다고 한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독점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는 중소업체는 살 수 없고, 대형 게임업체가 돈을 다 벌어가는 구조다. 게다가 게임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게임 개발자는 완성도와 작품성에 신경 쓰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업체의 게임이 게임성이 높다. 대형 퍼블리셔를 거치면 수익을 우선순위로 두는 퍼블리셔의 의도대로 게임이 변경될 수밖에 없다. 비주얼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의 창의성, 게임성을 말하는 거다. 

 

게다가 사업성을 위해 '라이트'한 게임만 나온다. 사업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게임 자체에 대한 애정도 중요하다. 한국도 일본처럼 '게임 장인'이 필요하다. 메탈기어를 만든 고지마 히데오 감독은 스스로 게임개발자가 아니라 감독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게임도 영화처럼 콘텐츠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 기사원문보기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134